책 읽는 크리스천

창조, 타락, 구속… 10개의 키워드로 읽는 교리문답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체계적으로 말씀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

조회 146|2019-10-01

책벌레

 


 

키워드 카테키즘

정두성 | 세움북스 | 376쪽 | 17,000원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지만, 표지를 보는 순간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오랫동안 책을 읽고 서평하며, 글을 쓰며 느껴온 필자만의 느낌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출판사는 표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내용이 좋으면 당연히 책이 팔렸기 때문이다. 읽을거리가 거의 없었던 시대의 착상이다.

 

그러나 1990년대가 들어서면서 독자들은 변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시대적 조류를 따라 변한 것이다. 표지가 절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중요해졌다.

 

하지만 표지를 잘 디자인한다 하여 좋은 책이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필자가 이 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정두성이란 저자 때문이며, 세움북스라는 출판사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정두성 박사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일부 수정하여 <교리교육의 역사>라는 제목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초대교회부터 현대에 이르는 중요한 교리교육의 역사를 돞아 나간다. 교리사에 관련된 그 어떤 책보다 가치 있는 중요한 정보와 관점을 제공해 주었다.

 

이번 책에는 기독교인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교리를 요약 정리해 놓았다. 열 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조직신학 개요서와 비슷하며, 교회가 새신자들에게 가르쳤던 교리교육인 카테키즘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교리(敎理)나 요리(要理)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곧바로 카테키즘(Catechism)이라고 했다. 왜 카테키즘일까? 교리와 요리는 비슷하지만, 의도가 약간 다르다.

 

교리는 교리 그 자체에 중심을 둔다. 하지만 요리는 ‘중요한 교리’라는 점에서 교리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선별되고 정리된 교리’ 또는 ‘교리 중에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교리’가 바로 ‘요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카테키즘은 어떤 의미일까?

 

루터는 종교개혁이 시작되자 성경을 강해하고, 가르쳤다. 그런데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루터는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루터의 의도와 달리 거의 알지 못했다.

 

무엇인가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 루터는 어떻게 하면 성경의 중요한 교리들을 가르칠까를 고민하다, 묻고 답하는 형식의 문답서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종교개혁 최초로 만들어진 교리 문답서인 <루터의 대교리 문답서(Greater Catechism)>(1529년)이다. 대교리문답서는 4월에 출간되었으며,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한 달 뒤 루터는 <소교리문답서(Lesser Catechism)>를 다시 출간한다. 소교리문답서는 어린이를 위한 문답서로 ‘암기’를 목적으로 하며,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루터는 교리 문답서를 만들면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치도록 권면했다. 자녀의 신앙교육은 부모들이 져야 한다는 것이 루터의 생각이었다.

 

카테키즘은 교리를 자녀들에게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교리보다 ‘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카테키즘의 본질적 의도인 셈이다.

 

저자의 말대로 카테키즘은 ‘교리를 갈 가르치기 위한 구조(11쪽)’인 것이다. 루터의 뒤를 이은 종교개혁자들은 루터의 카테키즘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완성도 높은 카테키즘을 만들어 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년 후인 1536년 칼뱅의 <기독교 강요> 초판이 출간되었을 때도, 교육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수정과 증보를 통해 점차 방대해졌고 문답서가 아닌 조직신학서로 자리매김했지만, 기독교 교리를 분명하게 가르치기 위한 교육목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종교개혁 초기, 서술적 문체가 아닌 묻고 답하는 문답(問答) 방식을 사용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도 글을 몰랐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들은 낭독(朗讀)하고 학습자는 암기(暗記)하는 방식의 교육이었다. 문답 형식의 교리교육은 청교도 시대까지 흘러간다. 심지어 우리나라 초기 교리서도 문답형식을 띠고 있다.

 

저자는 이제 시대의 변화에 맞게 교리서가 새롭게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용이 아니라 가르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리나 요리가 아닌 교육에 의미를 강하게 부여한 단어 ‘카테키즘’의 사용은, 이 책이 갖는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카테키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사람, 성경, 하나님, 창조, 타락, 구속, 믿음, 사랑, 소망이라는 9가지 키워드에 ‘교회’를 추가하여, 모두 10개 주제를 다룬다.

 

순서는 일반 조직신학 순서와 약간 다르다. 아마 사람과 성경은 서론에 해당하고, 후에 인간론에 해당하는 ‘타락’을 창조 이후에 넣음으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또 ‘구속’과 ‘믿음’에 많은 장을 할애하며 자세히 다루고 있다.

 

조직신학 신론에 해당하는 ‘하나님’과 ‘창조’ 부분은 ‘작정과 예정, 섭리’ 등을 함께 다룬다. ‘믿음’에서는 인간의 구원 과정을 소개한다.

 

‘구원의 서정’으로 이야기되는 인간의 구원 과정은 연대기적 순서가 아니라 논리적 순서에 불과하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구원의 서정에서 성령은 매우 중요하며, 전 과정에서 개입하신다. 저자는 이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적용하기’ 코너에서 풀어 설명한다.

 

한 권의 책으로 성경의 교리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좋은 안내자는 될 수 있다. 이 책은 <기독교 강요> 요약판을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어려운 주제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놓았다.

 

종교개혁가들이 문답을 통해 교리를 이해하도록 도왔다면, 이 책은 서술방식을 통해 글을 스스로 읽음으로 성경의 교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표지가 참 좋다. 책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키(열쇠)와 읽고 깨닫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리 해설서의 목적과 잘 부합한다. 정직하고 차분히 서술해 가는 저자의 글솜씨 또한 읽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성경을 사랑하고 체계적으로 말씀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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